[KBL★을 보다] ‘농구대통령’ 허재가 말하는 스킬 트레이닝

“재밌네. 이런 건 처음 해봤는데.”


강원도 속초실내체육관에 ‘농구대통령’ 허재가 나타났다. 중고연맹에서 추천한 우수선수 80명(중등부 40명, 고등부 40명)이 참가하는 '2017 KBL 유스 엘리트 캠프'를 위해서다. 국가대표팀 감독이기도 한 허재는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캠프에서 캠프장을 맡아 직접 유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캠프에선 허재 감독 뿐 아니라 김상식, 김대의, 오성식, 백인선 등 프로농구에서 코치 및 선수를 역임한 코칭스태프와 현역 은퇴 후 전문 스킬 트레이너로 변신한 김현중 트레이너도 함께했다. 


체육관에서 만난 허재 감독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처음 지도해 본 스킬 트레이닝에 연신 “재밌다”며 “아이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스킬 트레이닝은 꼭 필요하다. 직접 보다 보면 느끼게 될 것”이라며 어느새 스킬 트레이닝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Q. ‘2017 KBL 유스 엘리트 캠프’의 캠프장을 맡았습니다. 이전에도 스킬 트레이닝을 지도하신 적이 있었나요?


없었죠. 옛날에 각 구단에 있는 유소년 농구 교실에서 잠깐 가르친 게 다였어요. 스킬 트레이닝이라기 보다는 아이들과 자유투하며 놀아주는 거에 가까웠어요.


Q. 아이들이 감독님을 알아보고 신기해하진 않던가요?


저 친구들이 저를 어떻게 알겠어요(웃음). 제 아들보다도 한참 어린걸요. 그래도 몇 명은 새 공을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더라고요. 어떤 친구들은 놀라는 눈치고요. 미국으로 치면 마이클 조던이 스킬 트레이닝에 온 것과 마찬가지잖아요(웃음).


Q. 캠프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요즘 선수들은 확실히 신장이 좋아졌어요. 중등부인데 키가 2m가 되는 선수도 있더라고요. 몇몇은 또래에 비해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기도 했어요.




Q. 이번 캠프의 프로그램을 보면 스킬 트레이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킬 트레이닝을 가까이서 보니 어떤 생각이 드세요?


좋은 것 같아요. 농구선수가 해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다 농구에 한 동작들이니까요. 이런 캠프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뿐 아니라 현재 프로팀 감독들 중 유명한 사람들이 이런 캠프를 열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는 이런 게 많잖아요. 물론 각 학교선수들을 빼와야 되는 등 준비과정이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프로 팀 감독한테 말 한 마디라도 들으면 기억에 남고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Q. 하지만 아직도 스킬 트레이닝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현장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지도자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의 볼 컨트롤과 센스가 좋아질 것 같아요. 스킬 트레이닝에서 배운 걸 다양한 상황에 접목할 게 많아요. 확실히 좋은 운동이에요.


Q. 일부 지도자들은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나면 쓸데없이 드리블이 길어지고 개인 플레이를 한다’며 비판해요.


볼을 끌다 안 뺏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뺏기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에요. 어떤 상황에서 볼을 끄느냐를 봐야죠. 패스 줄 때가 없으면 어떻게 해요. 볼을 끌어야죠.


Q. 만약 감독님도 선수 시절 스킬 트레이닝을 받았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스킬 트레이닝을 보니까 쉽지가 않아요. 프로 얘들도 벅찰 거예요. 익숙해지려면 꽤 걸릴 것 같아요. 중학생은 물론이고 고등학생들도 처음엔 버벅거리더라고요. 아주 기본적인 거 몇 개만 하는데도 말이에요. 저도 만약 현역시절에 했다면 똑같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농구를 못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접해보지 못한 운동이니 적응기가 필요하단 거죠.




Q. 그렇다면 감독님은 어린 시절 어떻게 훈련을 했었나요?


저요? 정말 많이 훈련했어요. 아마 그 당시 용산중, 용산고가 훈련을 제일 많이 했을 거예요. 남산을 365일 뛰었으니까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남산은 내꺼다’하고 뛰었죠.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어요. 또 간단한 레이업슛을 하더라도 집중력을 갖고 했어요. 똑같은 레이업슛을 해도 힘 빼고 그냥 올려놓는 선수랑 집중을 한 채 정확히 놓는 선수랑은 운동량 자체가 달라요. 간단한 동작을 해도 집중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는 큰 거죠. 결국 이 차이가 실력으로 나오는 거예요. 1학년 땐 별로 안 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열심히 안 한 선수와 한 선수의 실력차는 커지기 마련이죠.


Q. 선수시절 감독님이 가장 자신 있었던 농구 기술은 무엇이었나요?


자신 없는 게 없었어요(웃음). 농담이에요 농담. 자신이 없어도 자신감 있게 하는 게 스포츠 아닙니까? 자신 없다고 두려워하면 무얼 하겠어요? 그리고 내가 못한다고 판단하면 자신이 생길 때까지 연습하는 거예요. 수학 공식을 풀 때 막혔다고 멈추면 답이 안 나오잖아요. 정석으로 풀든 옆길로 새든 일단 풀어야 답이 나오는 거죠.


Q. 요즘 어린 선수들의 개인 기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훈련을 많이 해야 돼요. 흉내 말고 실속 있는 훈련 말이에요. 그래서 스킬 트레이닝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1대1을 하더라도 수비수를 제쳐야겠다고 마음먹는 것과 그냥 밖에서 해야겠다는 것은 달라요. 앞에 있는 수비수를 못 제치면 제치려고 노력을 해야 돼요.


Q. 근본적으로 개인 기량을 올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스포츠는 반복의 운동이에요. 훈련은 단발성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죠. 어제 몇 개, 오늘 몇 개 슛을 던졌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 와서 제가 얘들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 이 친구들 중에 누가 프로에 갈지, 누가 중간에 하차할지 모르지만 운동을 그만 둘 때까지 꾸준하게 연습을 해야 된다고요. 하루, 이틀 훈련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똑같은 훈련을 매일 해야 돼요. 슈터가 슛 넣는다고 그 다음부터 연습 안 하는 거 아니잖아요. 은퇴할 때까지 공을 던져야 되는 거죠. 운동선수의 집중력과 기본기는 꾸준한 반복운동을 통해 나오거든요. 스킬 트레이닝도 그래요. 겉에서 볼 땐 재밌어 보이지만 막상 하면 힘들어요.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한 훈련이죠.


Q. 올 시즌 대학교가 아닌 프로로 직행한 송교창 선수가 활약하며 고등학교 선수들의 프로 직행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상 신체조건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 컸다고 봐야 돼요. 대학에 와서 크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프로는 차원이 달라요. 다들 고등학교, 대학교 때 한 가닥했던 얘들이죠.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 보면 우리는 만만하게 생각하지만 그게 아닌 거예요. 고등학교 때 잘했다고 무조건 프로 가서 성공한다는 건 아니죠.


Q.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과감하게 고교 유망주를 국가대표팀에 발탁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힘들어요. 우리가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과감히 뽑다가 과감히 죽는 거죠(웃음).


Q. 이번 캠프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게 있나요?

사실 수비를 가르치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캠프에서 수비를 하면 아이들이 너무 지겨워할까봐 공격위주로 하고 있어요.




Q.'2017  KBL 유스 엘리트 캠프'를 통해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농구가 어렵구나, 쉬운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 또래 선수들만 해도 NBA라는 걸 접하지 못하고 자랐어요. NBA 선수들이 잘한다는 얘기만 들었죠.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이름만 쳐도 옛날 영상이 다 나오잖아요. 문제는 어린 선수들이 유명한 선수의 플레이만 흉내를 내요. 그 선수가 그 자리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간과하는 거죠. NBA까지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겠어요. 플레이를 흉내내는 게 아니라 NBA선수의 연습을 따라가려고 해야 돼요.

기사제공 프로농구연맹

Quantum_SkillsLab

Basketball Skills Enhancement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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